하이라이트 추천 서비스로 진화한 형광펜 유틸리티, 라이너

라이너 소개의 변천사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분들은 내가 5년간 라이너를 소개해온 문장이 여러번 바뀌어왔다는 것을 알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용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이 기조를 지키는 것, 정말 힘들었다.)

맨 처음 라이너를 시작 할 때의 나는 실리콘밸리에 있었다. 그때는 라이너를 영어로 설명해야했고, 라이너를 “Highlighted WWW”라고 불렀었다. Hand picked important information이라는 문장이 이 문장을 백업했었다. 말 그대로, 하이라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손으로 고를 만큼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WWW(인터넷)를 재구성하겠다는 뜻이었다.

한국에 와서는 당연히 한국어로 라이너를 소개 할 일이 많아져서 새로 라이너를 설명하는 문장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라이너를 “사람의 손으로 필터링 한 인터넷”이라고 번역하여 설명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덛붙였다.

우리는 하이라이트를 통해 인터넷을 재구축하고 구글보다 나은 검색/추천 결과를 제공하겠습니다.
하이라트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고른 핵심, 즉 사람이 필터링한 인터넷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하이라이팅 유틸리티를 제공해서 모으겠습니다.


이 때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라이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나는 자주 무시를 당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투자자를 소개 받아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사람들이 왜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라이너를 소개할 수 있는 더 쉬운 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인터넷에서 쓰는 형광펜”이었다.

라이너는 인터넷에서 쓰는 형광펜입니다.
라이너를 통해 하이라이트를 하고 코멘트를 하고 공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되면, 언젠가는 우리가 하이라이트를 이용한 추천도 할 수 있게 될 거에요.

이렇게 하고 나니, 설명이 워낙 직관적이라서 적어도 ‘인터넷에서 쓰는 형광펜’ 파트에서 이해가 막히는 일은 없게 되었다.

나는 라이너가 ‘인터넷에서 쓰는 형광펜’ 수준의 작은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정보 추천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나 회사가 잘 되어야하므로 위와 같이 설명하는 것 밖에는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인터넷에서 쓰는 형광펜’이라고
라이너를 소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이라이트 추천 서비스로서의 라이너


지금의 나는 라이너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게 되었다.

라이너는 초개인화된 하이라이트 추천 서비스(Deeply Personalized Knowledge Discovery Engine)입니다.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파악해서
학습과 자료 조사의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당신과 비슷한 사람은 다 보았는데 당신만 놓치는 정보가 없게끔 돕습니다.


라이너의 마케팅 영상도 Highlight Even on the Web에서 Search Less, Learn More로 바뀌게 되었다.

예전 라이너 마케팅 영상

지금의 라이너 마케팅 영상

이게 가능해진 이유는 드디어 라이너의 무게중심이 하이라이팅 유틸리티에서 하이라이트에 기반한 정보 추천 서비스로 옮기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라이너는 작년에 시리즈 A로 50억원을 투자 받은 직후에 라이너 홈페이지(getliner.com)를 통해 초개인화된 지식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서 추천 서비스를 시작하니 사용자가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에는 라이너의 메인 제품인 라이너 익스텐션을 통해 초개인화된 지식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용자가 하이라이트를 할 때마다 하이라이트에 기반한 실시간 추천을 시작했다.

하이라이트에 기반한 실시간 추천을 하고 나니 라이너의 추천을 믿어주는 사용자가 조금 더 생기게 되었다.

라이너의 추천을 믿어주는 사용자의 피드백 중 하나로 “라이너의 추천이 정말 높은 품질의 문서를 개인화해서 추천해주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추천/검색 결과의 ‘양’이 떨어지는 때가 많다. 그래서 라이너가 아니라 구글의 검색을 사용하게 된다” 는 피드백이 들어왔다.

정말 적절한 피드백이었다.

라이너는 ‘하이라이트’에 기반해서 문서를 추천하므로 ‘하이라이트’가 여러명에 의해서 되지 않는 문서는 추천/검색 풀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추천의 ‘질’에 있어서는 우월하지만 ‘양’은 무조건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때,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너가 구글과 경쟁하는 경쟁자가 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구글에서 검색을 하게 두되, 구글에서 좋은 정보를 더 빠르게 찾게 돕는 역할을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제일 먼저 구현 한 것은 구글 검색 결과의 최하단까지 스크롤 했을 때 나오는 “Search in LINER” 버튼이다.


그 버튼을 구현한 뒤에는 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구글’에서 검색을 하는데,
‘라이너’의 도움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을까를 팀에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구글 검색 결과에서 다른 사람들이 신뢰하는 정보를 추천해주는 “Picked by LINER”라는 기능을 팀에서 떠올리게 되었다.

이 기능을 추가하자, 라이너의 사용자가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뒤 Popular Highlights, Popular Highlights Scroll Point 등을 구현하면서 계속해서
사용자의 피드백과 데이터, 그리고 팀원들의 번뜩이는 재치를 제품에 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능 추가 및 기능 개선 노력의 결과, 라이너의 설치 유지율은 3배 가까이 증가했고, 라이너의 리텐션은 엄청나게 높아지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퍼포먼스 마케팅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져야 라이너를 사용할 지에 대한 감이 팀 내에서 잡히기 시작했는데, 정말 고무적인 것은 ‘추천 서비스’로서 라이너를 포지셔닝해도 많은 사용자들이 라이너를 설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라이너 추천 서비스의 3대 성과


이렇게 추천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 라이너의 지표들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간략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기술적 성과, 제품적 성과, 사업적 성과 이렇게 3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겠다.

1. 기술적 성과

라이너는 적어도 Knowledge Discovery(학습/리서치를 위한 양질의 정보를 찾는 태스크) 관련해서는 구글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는 ‘Knowledge Discovery Engine’이 되었다. 구글과 라이너의 검색 결과에 대한 설문에서 사용자들이 라이너의 추천을 구글의 추천보다 3배 정도 좋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또, 라이너는 그동안 축적한 하이라이트와 문서, 사용자를 적절하게 임베딩하여 추천에 사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라이너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작은 액션 하나하나 만으로도 하이라이트, 문서, 심지어는 유사한 사용자까지 실시간으로 개인화하여 추천할 수 있다.

2. 제품/마케팅적 성과

추천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능을 보일 뿐 아니라 라이너의 User Base를 글로벌하게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에 성공했다.

아래 그래프는 주단위로 측정한 MAU와 일간 가입자의 성장 그래프이다.
라이너는 원래도 사용자 수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폭풍성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폭풍성장은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 스케일 규모가 정말 엄청나다. 작년에 라이너는 약 15% 정도가 한국 사용자인 글로벌 서비스였다. 이제는 95%가 해외 사용자인 글로벌 서비스가 되었다.

아래는 라이너의 국가 비중 그래프인데, 사용자 기반이 성장하는 와중에 한국인 비중(녹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폭풍성장은 압도적인 리텐션과 퍼포먼스 마케팅 성과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이고 우리가 Drive를 걸 수 있는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3. 사업적 성과

이 과정에서 라이너는 단순히 사용자만 증가하는 식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구독 매출을 통해서 언제든지 사업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식으로 발전했다.

라이너는 2019년 9월부터 월 $9.99 구독 상품을 출시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2020년 초에 Braze를 통한 그로스해킹에 성공하여 매월 수많은 구독자들이 추가되고 있다. 이 구독 멤버쉽은 아직 더욱 고도화된 추천 서비스 상품을 탑재하고 있지 않다. 이제 무게중심이 ‘하이라이팅 유틸리티’에서 ‘정보 추천 서비스’로 많이 옮겨가서 준비해온 추천 서비스 상품을 추가할 것이고, 지금까지의 경험상 이 고품질 추천 서비스가 시작되면 구독 멤버쉽을 통한 매출은 더욱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

현재 라이너 구독자들의 12개월 뒤 활성 구독 리텐션이 80%가 넘는다.
이는 넷플릭스가 밝힌 구독 리텐션을 상회하는 성과로 B2C 서비스로서는 최상급이 아닐까 한다.

이 글을 마치며


사실 우리는 라이너가 이렇게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라이너에게 있어서는 ‘콘텐츠’다. 그렇게 보면 ‘하이라이팅 하는 사용자’는 ‘콘텐츠 생산자’다.
‘콘텐츠 생산자’보다 ‘콘텐츠 소비자’가 적은 경우는 보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소비할 사용자들이 지각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면 사용자 기반이 폭발적으로 성장 할 것은 자명했다.

우리는 우리 머리로 생각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고, 했다.

우리는 이제 데이터에 기반하여 훨씬 큰 액션들을 몇가지 더 준비하고 있다.
5년 간 라이너를 운영해온 경험과 데이터에 기반해서,
나는 이것들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용자를 글로벌하게 끌어올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다음이나 그 다음번에 글을 쓸 때는, 그것들에 대해서 얘기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PS


원래는 상반기 라이너 추천 서비스의 성과에 대해서만 깔끔하게 공유하고 싶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라이너 소개 변천사를 쓰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했던 고생들과 성취들, 하나하나 다 기억한다. 정말 힘들 때, 아무것도 해낸 것 없던 때에, 다른 사람들은 ‘형광펜 유틸리티’에 불과하게 보았던 라이너의 미래를 믿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다.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이너 팀 외부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나니 또 다른 생각도 든다.

사실 요즘에는 이런 성과를 내면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팀으로 라이너 팀이 성장했다는 것이 최고로 뿌듯하다. 홍대 메인 거리를 내려다보는 널찍한 사무실에서 평균 나이 30이 안되는, 겨우 16명의 팀원이 웃으며 이 위대한 일을 해내고 있다. ‘진정으로 밀레니얼을 위한 기업’이란 이런 것이라고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라이너에 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감사한 기회를 준 우리 팀원 분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다. 내가 더 잘해야하는데, 부족하여 미안한 마음 뿐이다. 제가 더욱 성장하고 더욱 좋게 바뀌어가는 모습, 그리고 결국에는 라이너가 구글을 이기는 모습을 통해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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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창업자, 트위터 창업자, 넷플릭스 부사장까지 유료 구독하는 진정한 글로벌 프로덕트를 함께 만들어갈 인재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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